문권익,조성임(유준,강준)9월 기도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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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필핀지기 댓글 작성일-1-11-30본문
평안하셨는지요, 우리 대장되시는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안두익 목사님과 그리운 동성교회 성도님 여러분들께 문안을 드립니다. 지금 필리핀은 우기의 절정입니다. 연일 비가 내리고 있고 또 그 비로 인한 피해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아마 10월쯤 되어야 이 기세가 한풀 꺽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희 가정의 살아가는 소식을 편지로 보냅니다. 더불어 우리 주님의 사랑과 은혜 또한 함께 전하여지길 기원합니다.<?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한국어 강의-
현재 저희 부부는 이곳에 위치한 RMTU(Ramon Magsaysay Technological University)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호텔,레스토랑매니지먼트(HRM)학과 3학년 학생들인데 월,수,금 3일에 걸쳐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원래 학교측으로부터 저에게 먼저 제안이 들어왔으나 그만 제가 급성세균성관절염으로 약 한달 정도 고생하는 바람에 아내가 먼저 강의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조선교사가 먼저 자리(?)를 잡은 관계로 오전에 두 반을, 그리고 제가 오후의 한 반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내선교사의 약진은 남편선교사를 살짝 주눅들게 하는 면도 없지 않으나 선교지에서 남편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할 일이 있다는 사실은 본인에게도 신나는 일 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이 일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기다리고 준비하는 자에게 사역의 기회도 주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국문화의 밤-
저희는 최근에 강의를 통하여 알게 된 학생들을 센터로 초청하여 한국문화를 알리고 더불어 복음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한국문화를 경험하고 한국음식을 대하는 것이었지만 저희들의 목적은 단 하나, 복음선포였습니다. 찬양과 프리젠테이션, 그리고 복음선포를 하였고 약 백명의 학생들 중 18명이 방문하여 은혜로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들 가운데 주일 예배로까지 참석이 이어지는 영혼이 나오도록 특별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비피해-
폭우로 인하여 저희 지역에 많은 피해가 있었습니다. 인명피해는 물론 마닐라로 가는 도로와 교량이 끊겨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원인은 엄청나게 내린 폭우로 산악지역에서 불어난 물이 강둑을 넘어 순식간에 마을을 덮친 것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가옥이 파손되고 몇몇 사람이 실종되었으며 많은 이재민들이 근처의 학교, 혹은 높은 지대에 임시텐트를 치고 현재까지 기거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약 200명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여 텐트촌에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기도제목입니다-
1. 온 가족이 날마다 하나님과 동행하고 말씀과 기도속에 하나가 되도록
2. 한국어 강의사역을 통하여 불신영혼을 접촉하는데 복음을 지혜롭게 전하고 그들 가운데 영접하는 영혼이 생기도록
3. 9월18-20일 동안 처음으로 수련회를 실시하는데 학생들이 말씀을 통하여 예수그리스도를 깊이 만나도록
4. 하나님께서 후원,동역의 관계를 더 풍성이 만들어 주시도록
5. 내년2월경 본국사역차 한국에 들어가게 되는데 1기 사역 마무리를 잘하고 2기 사역 계획이 주님의 인도하심을 받도록
선교사와 문화
필리핀은 지내면 지낼수록 정이 드는 나라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지내다보면 과거 한국의 모습과 흡사한 부분이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몇가지 예를 든다면, 여전히 아이들의 머리에는 이가 있고 아무데서나 아랑곳없이 볼일을 해결하는 남자들, 아이들의 코묻은 호주머니를 유혹하는 울긋불긋한 불량식품들, 쉽게 버려지는 쓰레기, 민원인이나 고객에게 고자세로 대하는 공무원이나 은행원들, 시장 이발소에서 이발 끝나면 손님 등을 ‘탁탁’소리내며 안마해주는 것...모두 한국의 20-30년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해서 어쩔때는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질 때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처음에는 다소 깔보던 이들의 이 ‘수준낮은문화’가 어느덧 나에게 평범한 ‘일상문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 예로 해질 무렵 집 앞 풀숲에 이제 여섯살짜리 큰 녀석 유준이와 함께 나란히 서서 ‘볼일’을 보노라면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소탈한 일탈’이 주는 즐거움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됩니다. 그런데 유준이는 저와 또 다릅니다. 유준이는 아예 처음부터 필리핀 친구들처럼 아무데서나 ‘해결하는 문화’에 길들여져서 현재 자신이 누리는 이 자연친화적 자유가 얼마나 유쾌한 자유인지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이것을 유준이와 아빠의 ‘문화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집에 사는 한 가족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간에도 문화차이는 엄연히 존재합니다. 이처럼 가족구성원이라 할지라도 살아온 연대가 다르고 교육환경이 다르고 즐기는 기호가 다르기에 서로의 문화차이가 있는데 하물며 선교지는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선교사는 어떤 의미에서 ‘문화사역자’입니다. 동질문화를 벗어나 타문화로 가서 그곳에 그리스도의 문화를 전파하는 사람이 바로 선교사인 것입니다. 이 문화사역은 때론 너무 어렵고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겨우 첫텀을 마무리하는 저는 이 부분을 절감합니다. 선교지에서 살아보니 복음을 외치는 시간보다 현지인의 문화와 싸우고 부대끼는 시간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투가 계속될수록 처음에 그토록 확신하던 나의 문화가 점점 이들의 문화보다 우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이들의 문화가 더 많은 승률로 나를 제압하고 있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최근에 저는 이곳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하루는 학생들이 결석을 많이 했습니다. 왜 결석했냐고 다른 학생들에게 물으니 답하기를 비가 와서 집에 갔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비가 온다고 학생이 수업 안하고 집에가는 사실이 도대체 말이나 된단 말인가?’ 나는 흥분을 감추지 않고 그들을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필리핀이 가난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하루 걸러 있는 공휴일, 그리고 걸핏하면 수업빼먹는 한심한 너희들의 정신상태 때문이며 앞으로 내가 힘 닿은 데까지 너희 들의 정신상태와 싸우겠노라’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목에 힘주어 ‘속으로’ 외쳤습니다.
그날 밤, 우리 부부는 여느 때처럼 아이들을 재우기 위하여 차를 몰고 나왔습니다. 개구장이 유준, 강준이의 아드레날린은 이상하게도 밤이면 더 많이 분비가 되어서 여간해선 잘 생각을 안하는 관계로 부득이 차를 태우고 적당한 진동과 소음을 이용해서 잠을 재우는 것입니다. 어쨌든, 내리는 빗속을 뚫고 좀 가다 보니 심상치 않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하루 종일 내린 비로 인해 도로 옆에 위치한 집들이 이미 물에 잠겨가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조금 더 가보니 마닐라로 가는 큰 도로가 이미 통제되고 있었는데 이유는 한달 전에 이곳 이바에 엄청난 폭우가 내려 인명피해는 물론 도로가 유실되어서 임시다리를 세웠는데 불어난 물살에 그 임시다리가 또 유실되기 일보직전이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제서야 학생들이 왜 그 ‘작은 비’에 집으로 황망히 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결석한 학생들의 대부분이 한달전의 물난리로 아직도 복구가 안된 피해지역에 살거나 끊어진 다리 건너편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또 다시 있을 지도 모를 수난水難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황급히 귀가하였던 것입니다. 나는 혼자 무슨 계몽가라도 되는 양 오전에 교실에서 결석한 학생들을 싸잡아 ‘속으로’한 징계와 비난이 한심한 오버라는 생각에 부끄러워서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내가 읽지 못한 것은 날씨만이 아니었습니다.. 난 그들의 문화도 읽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선교사에게 있어서 선교지의 문화는 너무도 중요한 텍스트입니다. 물론 선교지의 문화가 다 옳고 정당한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기독교세계관에 대적하는 마귀적인 문화관과도 싸워야하는 것이 선교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교사에게 있어서 선교지의 문화체득과 수용은 필수조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나아가 궁극적으로 선교사는 선교지의 문화를 이해하고 체득하는 수준에 안주하기 보다는 그들의 문화를 그리스도의 문화로 변역시키는 문화적 지평확장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선교는 이 땅의 유기되고 타락한 문화를 그리스도의 문화로 종속, ‘변역’變易시키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교사는 이 일을 통하여 비록 살았으나 죽어가는 선교지의 수많은 영혼들에게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풍성한 생명과 기쁨을 주어야 하는 사명의 사람들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예수님이야말로 부박浮薄한 이 세상을 의미와 가치가 충만한 곳으로 변화시킨 가장 완벽한 문화사역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분은 가나혼인잔치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시어 잔칫집에 초청되어 온 사람들에게 그들이 이제껏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최상의 기쁨을 제공하신 분입니다. 물이 포도주가 되었다는 사실은 믿음이 아니고서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가설입니다. 포도를 쥐어짜서 포도즙이 되는 것은 형태가 변하는 물리적 변화이고 그 즙이 시간이 지나 포도주가 되는 것은 성분이 변하는 화학적 변화이지만 물이 포도주가 되는 ‘변화’(transformation)는 인류가 가지고 있는 그 어떤 물리적 법칙과 과학적 이론의 범주에도 없는 ‘초문화적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은 만물에게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수여하시는 ‘변역자’이십니다. 마치 파가니니의 손만 거치면 볼품없는 바이올린도 명품 바이올린으로 바뀌었던 것처럼 예수님의 말씀만 거치면 이 땅의 모든 문화는 그 분께 복종되고 최상의 가치로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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